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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상실을 그린 이창동 감독의 미스터리 영화 ‘버닝’ 리뷰

by ms-06s 2025. 4. 25.

목차

 

1. 영화 '버닝' 줄거리

 

2. 캐릭터 분석

 

3. 이창동 감독의 의도

 

한국영화 '버닝' 관련 사진 포스터


1. 영화 '버닝' 줄거리

영화 ‘버닝’은 도시와 시골, 현실과 환상, 젊음과 절망이 교차하는 세계에서 세 명의 인물이 뒤얽히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경기도 파주 외곽의 시골 마을에 사는 청년 "종수"는 가난한 집안 사정과 아버지의 폭력적인 성격, 불안정한 직업 등 복합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소설가가 되고 싶지만 실제로는 택배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막연한 미래를 안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종수"는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자란 "해미"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 "해미"는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스스로를 밝고 활기차게 보이려 애쓰는 젊은 여성으로 변해 있다. "해미"는 "종수"에게 아프리카 여행을 떠날 동안 자신의 집에 있는 고양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종수"는 "해미"의 부탁을 선뜻 들어주게 된다. "해미"가 여행을 떠난 사이, "종수"는 자주 "해미"의 집을 찾아가 고양이를 챙기지만, 고양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직접 본 적이 없다.

이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해미"는 "종수"에게 새로운 친구 "벤"을 소개한다. "벤"은 또래 청년들과는 달리 외모와 경제적 여유, 세련된 태도 등 모든 면에서 "종수"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벤"은 자신의 일이나 가족 등에 대해 모호하게 이야기하며, 부유한 생활을 즐기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해미", "벤", "종수" 세 사람은 종종 어울리지만, "종수"는 "해미"와 "벤" 사이의 친밀함에 묘한 불안과 소외감을 느낀다. 어느 날, 세 사람은 "종수"의 집 근처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해미"는 자유롭게 옷을 벗고 춤을 춘다. 해가 지는 저녁 하늘 아래, "해미"의 춤과 종수의 감정, "벤"의 시선이 어우러지며 세 사람의 관계는 더욱 미묘해진다.

이후, "해미"가 갑자기 종적을 감추면서 이야기는 미스터리로 전환된다. "해미"의 집은 모든 짐이 사라져 텅 비어 있고, 휴대전화도 꺼져 있다. "종수"는 "해미"의 행방을 찾기 시작하지만, 주변 누구도 "해미"의 소식을 알지 못한다. 그는 "해미"가 사라지기 직전 "벤"이 자신에게 ‘비닐하우스를 태우는 게 취미’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린다. "종수"는 "벤"이 실제로 "해미"에게 무슨 해를 가했는지 의심하게 되고, "벤"을 미행하며 집요하게 뒤를 쫓는다. 그러던 중 "벤"의 집에서 "해미"의 것으로 보이는 팔찌를 발견하고, 집에 들르는 여성들이 매번 바뀌는 것을 목격하며 "벤"의 정체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진다.

"종수"는 혼란과 분노에 휩싸여 마침내 "벤"을 칼로 찌른 후, 그의 시신을 차에 실어 불태워버린다. 영화는 "해미"의 실종, "벤"의 정체, 모든 진실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은 채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관객들은 "종수"의 불안정한 시선을 통해 현실과 상상,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 인간 내면의 불안을 함께 느끼게 된다.


2. 캐릭터 분석

‘버닝’의 중심에는 "종수", "해미", "벤" 세 명의 젊은이가 있다. 이들은 각자 뚜렷한 사회적, 심리적 특성을 지니며 서로의 삶을 교차한다. "종수"는 영화의 시점이 되는 인물로, 한국 사회의 청년 세대가 겪는 좌절과 박탈, 무력감을 대변한다.

그는 불안정한 가정환경 속에서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부재, 가난의 굴레에 묶여 살며,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은 있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번번이 좌절한다. 자기 감정이나 생각을 분명히 드러내지 못하고, 세상과의 소통에도 서툴다. "해미"와 재회하며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찾지만, "벤"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자존감이 무너지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해미"는 밝고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깊은 외로움과 결핍, 상처가 존재한다. 가족에게서도, 사회로부터도 따뜻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란 그녀는 늘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해미"는 춤과 여행, 고양이 같은 소소한 것들에서 위로를 찾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이 투명한 존재로 여겨지는 데서 오는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해미"의 말과 행동, 표정에는 항상 슬픔과 허기, 존재의 가벼움이 묻어난다. "해미"는 영화 속에서 끝내 실종되고, 그녀의 존재와 행방은 영화 전체에 깊은 미스터리를 남긴다.

"벤"은 모든 것이 수수께끼인 인물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여유롭지만 자신의 신분이나 직업,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 변화가 거의 없고, 타인의 고통이나 감정에 무관심하며, 삶을 유희적으로 대한다. "벤"이 밝히는 ‘비닐하우스 방화’는 실제 범죄일 수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상징적 폭력일 수도 있다. 그는 상류층의 무감각함, 도덕적 경계의 모호함, 그리고 힘 있는 자가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은연중에 보여준다. "벤"의 미소와 침착한 태도, "해미"가 사라진 뒤의 무심한 반응은 관객에게 불쾌한 긴장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 세 인물은 서로를 통해 자신의 결핍과 욕망, 두려움을 확인하고 충돌한다.

"종수"는 "벤"을 질투하면서 두려워하고, "해미"를 사랑하지만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해미"는 두 남자 모두에게 진정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외롭게 남고, "벤"은 그 둘의 감정을 그저 관조하며 지켜본다. 이들의 미묘한 심리전과 감정의 흐름이 ‘버닝’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3. 이창동 감독의 의도

이창동 감독은 ‘버닝’을 통해, 한국 사회와 청년 세대의 현실, 인간의 내면을 심도 있게 다루고자 했다. 그는 원작 소설의 분위기와 미스터리함을 유지하면서, 한국의 경제적 격차, 계급 불평등, 사회적 소외, 젊은이들의 무력감과 분노를 영화 전반에 녹여냈다.

"종수"는 꿈을 꿀 수 없는 시대의 청년을, "해미"는 소외와 결핍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애쓰는 세대를 상징한다. "벤"은 겉으로는 성공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나 공감이 전혀 없는 ‘공허한 강자’의 전형이다. 이창동은 세 인물의 미묘한 감정선과 갈등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 폭력과 개인의 상실, 그리고 인간 존재의 본질적 모호함을 그려낸다.

감독은 영화 전반에 현실과 환상,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끊임없이 흐트러뜨린다. '해미"의 고양이처럼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것, "벤"의 취미인 비닐하우스 방화처럼 현실과 은유가 뒤섞인 이야기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확실성과 무력함을 반영한다. 영화는 관객에게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해미"가 사라진 이유, "벤"의 정체, "종수"의 마지막 선택 모두 열린 결말로 남는다. 이창동 감독은 관객에게 스스로 질문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자 한다. 그 결과 ‘버닝’은 단순히 범죄의 진실을 추적하는 영화가 아닌, 한국 사회와 현대 인간의 불안, 고독, 소통의 단절 등 근본적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관객이 현실과 환상,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창동 감독은 특히 불이라는 소재와 이미지를 영화 곳곳에 배치하며 내면의 욕망, 분노, 절망, 해방의 의미를 교차시킨다. "종수"가 "벤"을 죽이고 시신을 불태우는 장면은 스트레스 해소를 넘어, 억압된 청년 세대의 분노와 시대에 대한 절규, 그리고 궁극적으로 현실을 바꿀 수 없는 무력함까지 상징한다. 감독은 인물 각각의 결핍과 상실을 사회 구조와 연결짓고, 관객이 영화 속에서 자신의 삶과 감정을 투영하도록 유도한다. 등장인물의 삶은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시대와 사회가 만들어낸 집단적 현실임을 암시한다.

나 역시 영화를 보면서, 종수의 무력감, 해미의 외로움, 벤의 공허함 모두 현실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점에서 영화를 보는 내내 나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더불어 이창동은 카메라의 시선, 공간의 활용, 자연광과 어둠, 미장센 등 영화적 언어를 통해 심리적 긴장감과 상징성을 강화한다. "해미"의 원룸, 종수의 농가, "벤"의 세련된 집과 같은 공간들은 인물의 사회적 위치와 내면세계를 반영한다. 자연의 변화, 해질녘의 빛, 차가운 도시의 공기 등 사소한 디테일들까지 감독의 의도에 따라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의 감정에 깊은 여운을 남기며, 현실과 허구, 사회적 상처와 인간 내면의 진실을 영화적으로 풀어내고자 한 감독의 치밀함을 보여준다. 결국 이창동 감독은 ‘버닝’을 통해 한국 사회의 젊은 세대가 겪는 상실감과 소외, 그리고 인간 존재의 모호함을 끈질기게 질문한다. 해답이 아니라 질문을 남기는 방식으로, 관객 각자에게 자신의 현실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버닝’은 사건의 진실을 쫓는 영화를 넘어, 시대와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작품으로 남는다.

영화 '버닝'은 현재 U+모바일tv, 넷플릭스, TVING, 쿠팡 플레이에서 시청 가능하다.

 

 

 

 

 

영화 ‘버닝’(2018) 주요 평점

  • 네이버 영화: 8.08점 (10점 만점, 관람객 평점 기준)
  • 왓챠피디아: 4.0점 (5점 만점)
  • IMDb: 7.5점 (10점 만점)
  • Rotten Tomatoes(로튼 토마토): 신선도 95%, 평균 평점 8.4/10 (비평가 기준)
  • Metacritic: 90점 (100점 만점, 비평가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