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배신의 정당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간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떤 도덕적 한계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보여준다. 특히 '배신'이라는 테마는 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정서이자 기제로 작용한다. 여기서의 배신은 단순한 감정적 배반이나 충동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정당화되는 일종의 전략으로 나타난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각자의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의 중심에는 항상 배신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중년의 남성 "태영"이다. 그는 큰 빚을 지고 있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도박과 사기를 반복한다. 그의 배신은 반복되며, 그때마다 그는 스스로의 행동을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포장한다. 이는 실제 현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자기합리화의 대표적인 형태이다. 도덕적 기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된다. 영화는 이를 매우 현실적으로, 그리고 냉정하게 그려낸다.
또 다른 인물 "미란"은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스스로도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인물이다. 그녀 역시 생존을 위해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그 과정에서 타인을 철저히 이용한다. 그녀의 행동은 단순히 악하거나 비윤리적인 것으로 판단되기 어렵다. 오히려 그녀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그녀를 비난하기보다 이해하게 된다. 이 지점이 바로 영화가 ‘배신’을 어떻게 정당화하는지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포인트이다. 영화는 여러 인물들의 시점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며, 각자의 선택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는 ‘배신’이 되는지를 세심하게 보여준다. 배신은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와 상황의 산물이다. 어떤 인물은 살기 위해 타인을 속이고, 어떤 인물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조종한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자신은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배신은 이 영화에서 인간의 약함, 그리고 동시에 생존 본능의 강함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의 배신은 그 자체로 비난의 대상이기보다는, 이해의 대상이 된다. 누구도 완벽하게 선하지 않고, 누구도 철저하게 악하지 않은 이 세계 속에서 배신은 필연처럼 일어난다. 그리고 관객은 그 과정을 지켜보며, 스스로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되묻게 된다. 이 영화가 주는 진짜 무게감은 바로 그 질문에 있다.
2. 인간의 끝없는 욕망
욕망은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원초적이며 강력한 감정 중 하나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이 욕망이 어떻게 인간을 파괴하는지를 보다 날카롭게 묘사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어떤 형태로든 욕망을 품고 있다. 그 욕망은 돈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으며, 자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그 욕망이 '지푸라기'처럼 연약한 희망에 기대고 있다는 점을 나는 이야기 하고 싶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준만"은 열악한 형편 속에서 살아가던 중 거액의 돈가방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그는 처음에는 그 돈을 경찰에 신고하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곧 그 욕망은 그를 집어삼킨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운이 좋았던 거야”라며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그는 점차 도덕적 기준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평범한 사람조차도 욕망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각 인물들이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차례차례 보여준다. 돈 때문에 연인을 속이고, 살인을 저지르며, 자신이 살아온 삶의 모든 가치를 부정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그리고 그 욕망은 멈추지 않는다. 처음에는 단지 생존을 위한 욕망처럼 보이던 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탐욕으로 변모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는 인간 심리의 위험한 경계선을 건드린다. 특히 이 작품은 ‘욕망이 어떻게 인간을 비극으로 이끄는가’에 대해 상당히 구조적으로 접근한다. 단순히 한 사람의 몰락이 아니라, 각각의 욕망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집단적인 파멸로 나아간다.
예를 들어, "미란"의 욕망은 "태영"의 계획과 충돌하고, 그로 인해 상상하지 못했던 비극이 발생한다. 이처럼 욕망은 서로 충돌하면서 예측 불가능한 파국을 만든다.
영화의 제목에 담긴 의미처럼, 모든 인물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지푸라기는 실질적인 구조물이 아니라, 허상에 가깝다. 결국 그 욕망은 손에 잡히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깊은 수렁으로 빠뜨린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질문하게 된다. 욕망은 과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일까, 아니면 파괴로 이끄는 독인가?
이 영화가 특히 강력한 인상을 주는 이유는, 그 욕망이 너무도 현실적이고, 너무도 공감 가능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더 나은 삶을 꿈꾸고, 우연히 큰 기회를 마주쳤을 때 흔들리기 마련이다. 이 작품은 그런 인간 본연의 흔들림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보는 이의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3. 선택 앞에서의 고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영화의 모든 갈등과 비극은 사실 ‘선택’에서 비롯된다. 중요한 것은, 이 선택들이 선과 악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선택은 ‘덜 나쁜 것’ 혹은 ‘어쩔 수 없는 것’을 택하는 과정이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관객에게 진한 고뇌를 안긴다.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벼랑 끝에 서 있다.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관계적으로 모두 붕괴 직전의 상태에 있다. 이들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은 또 다른 파국을 불러온다. 그러나 그 누구도 처음부터 악한 의도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단지,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너무 적었을 뿐이다.
예를 들어,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미란"은 경찰에 신고하기보다는 ‘살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그 선택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영화는 판단하지 않는다. 단지 그녀의 상황과 심리를 통해, 왜 그런 선택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조명한다. 그리고 관객은 그 선택 앞에서 함께 고민하게 된다. 또 다른 인물 "준만"은 범죄에 가담하지 않으면 당장 생계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 윤리적 기준을 포기한다. 그는 어떤 순간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결국 상황 논리에 의해 계속해서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
이처럼 이 영화는 한 사람의 도덕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과 현실이 그 도덕성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영화가 인물들의 선택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우리는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믿지만,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급박한 상황, 삶의 압박, 가족의 존재, 사회의 기대 등은 우리로 하여금 예상하지 못한 선택을 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그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며, 선택의 무게를 절절히 느끼게 한다.
결국 "당신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감상의 영역을 넘어선다. 관객은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인물들의 심리에 몰입하고, 그들의 두려움과 고뇌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선택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무섭고, 복잡하며, 때론 회복 불가능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현재 애플티비, 쿠팡 플레이, WATCHA, Wavve, U+모바일tv에서 시청 가능하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주요 평점
- 네이버 영화: ★★★★☆ (7.7/10)
- 왓챠: ★★★☆☆ (3.2/5)
- IMDb: ⭐️ 6.7/10
- 해외 리뷰 사이트 (로튼토마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