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박해준 필모그래피 정리
박해준은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연극 무대에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무대에서 쌓은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완성해왔다. 그는 2007년 영화 <쏜다>로 첫 스크린 데뷔를 한 이후, 초기에는 단역이나 짧은 조연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러나 그의 연기는 짧은 시간 안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고, 감독들과 영화 관계자들의 눈에 띄기 시작했다. 2013년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의 역할을 기점으로 조금씩 상업 영화에서의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차이나타운>(2015), <오피스>(2015) 등 범죄 스릴러 장르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맡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작품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계>(2017)와 <독전>(2018)이다. 특히 <독전>에서는 등장 시간은 짧지만 독특한 존재감을 남겨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신 스틸러’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 시기의 작품들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2020)에서도 당시 정권의 권력자 중 하나인 박용각 역할을 맡아, 냉철한 분위기와 카리스마를 잘 표현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실제 인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역사적 맥락을 해석해 냈고, 복합적인 정치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묘사해냈다. 이러한 연기 방식은 캐릭터와의 일체감을 추구하는 그의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후, 드라마에서는 <미생>(2014)에서의 짧은 등장으로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미스티>(2018)에서는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중 변호사 강인한 역을 맡아, 이성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성격의 인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이후 <비밀의 숲 2>(2020)에서도 국가 시스템 안에서의 복잡한 인물을 연기하며 연기 폭을 넓혔다. 그리고 박해준의 가장 대중적인 전환점은 단연 <부부의 세계>(2020)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남편 이태오 역할을 맡아 불륜, 배신, 질투 등 다양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표현해냈다. 시청자들은 이태오의 행동에 분노하면서도, 박해준의 연기에는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남자의 모습이라는 평이 많았으며, 이는 박해준의 현실감 있는 연기 덕분이다. 이후 <언더커버>(2021)에서는 주연으로서 가족을 지키려는 가장의 모습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액션보다는 감정의 흐름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에서, 그는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다. 박해준은 이 작품을 통해 완전한 주연 배우로 인정받았으며, 중심을 잡아가는 능력을 입증했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다양한 장르와 역할로 구성되어 있지만, 공통점은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하려는 일관된 자세다. 화려한 캐릭터보다 복잡하고 현실적인 인물을 선택하며, 매 순간 진정성을 바탕으로 연기에 접근해왔다. 그렇기에 그의 필모그래피는 연기에 대한 다양한 철학이 담긴 여정이라 할 수 있다.
2. 내가 박해준의 매력에 반한 이유
내가 박해준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영화 <독전>을 통해서였다.
당시 그는 아주 짧은 시간 등장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며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등장하자마자 “이 배우 누구지?”라는 반응이 나오게 만들었던 이유는 단순한 외모나 말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연기에는 설명하기 힘든 현실감, 그리고 삶을 살아온 인물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무게가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형적인 잘생긴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박해준에게는 그 어떤 미남 배우보다 강렬한 매력이 있다. 바로 '믿을 수 있는 얼굴'이라는 점이다. 그의 얼굴은 특별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다. 어딘가에 실제로 있을 것 같은 인물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박해준이 가진 연기의 힘과 매력의 출발점이다. 그는 표정 하나, 말투 하나에서도 인물의 삶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다.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 역할을 맡았을 당시, 많은 시청자들은 분노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묘한 공감까지 하게 되었다. 이는 박해준의 연기가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의 심리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박해준이라는 배우가 그 인물 자체가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절제된 감정 연기다. 박해준은 감정을 터뜨리는 연기보다, 감정을 억제하면서 드러내는 연기에 더 능숙하다. 예를 들어 어떤 캐릭터가 분노하거나 슬픔에 잠긴 상황에서 대부분의 배우들이 울거나 소리치는 것으로 감정을 표현한다면, 박해준은 눈빛, 숨소리, 미묘한 표정의 변화로 관객에게 인물의 감정을 전달한다. 이러한 연기 방식은 한층 더 설득력이 있으며, 실제 인물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또한, 그의 연기는 시간과 함께 깊어지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몇 회가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된다. 이는 박해준이 캐릭터를 단편적으로 연기하지 않고, 극 전체의 흐름을 고려해 감정을 배치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의 연기는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서서히 스며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깊은 인상을 남기게 만든다.
다음, 박해준의 또 다른 장점은 ‘목소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는 그 자체로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그는 대사를 빠르게 처리하지 않으며, 천천히 의미를 담아 말한다. 이러한 말투는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캐릭터의 무게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드라마 <언더커버>에서는 목소리만으로도 복잡한 감정을 전달했고, 관객들은 그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의 연기를 보면 ‘이 사람은 연기를 하면서 숨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많은 배우들이 인물을 표현하면서도 어딘가 연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박해준은 다르다. 그는 연기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캐릭터와의 경계를 허문다. 그 경계가 사라질 때 관객은 인물에 몰입하게 되고, 결국 작품 자체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몰입감은 오랜 연기에서 비롯된 배우의 철학과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진정한 배우라고 느끼는 이유는 ‘작은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는 태도’ 때문이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상관없이, 그는 늘 그 인물의 삶을 고민하고, 정직하게 표현한다. 그래서 관객은 그가 화면에 나오는 순간 집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감정에 이입하게 된다. 박해준이라는 배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람’을 보게 만든다. 그의 연기는 캐릭터가 아닌,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한 사람의 삶을 보여준다. 그 진정성과 섬세함이 바로 그에게 내가 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흔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넘어, 감정을 공감시키는 배우,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배우다.
그래서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계속 보고 싶어지며, 그가 만들어 갈 새로운 인물들을 기대하게 된다.
3. 박해준 주연작 vs 조연작
박해준의 연기 인생은 조연으로 시작해 주연으로 확장된 전형적인 ‘내공형 배우’의 전개를 보여준다.
그의 커리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조연 시절에 보여준 섬세함과 몰입도가 주연 시절에도 그대로 이어졌으며, 오히려 더 깊어진 감정과 무게로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존재감으로 발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계>와 <독전>에서였다. 두 작품 모두 박해준이 주연은 아니었으나, 그의 조연 연기가 돋보인 작품이다. <불한당>에서는 조직 내 계파 싸움에서 오는 긴장감과 충성심의 흔들림을 짧은 장면 안에서 완벽히 구현해냈다.
<독전>에서는 대사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눈빛과 몸짓, 말투 하나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당시 관객과 평단은 “박해준이라는 배우는 신 스틸러다”라는 평을 남기며 그의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조연 시절의 박해준은 등장 시간은 짧지만 극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가 서사의 중심에 있지 않더라도, 그 인물이 어떤 존재감을 가져야 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했다. 이는 흔히 ‘튀는 연기’가 아니라, 작품 전체의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그 캐릭터만의 무게감을 살리는 방식이다. 조연의 역할은 때로는 주인공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주어진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배우가 직접 캐릭터를 해석하고 채워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해준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캐릭터의 감정선과 서사를 풍부하게 만들어냈고, 감독들에게 깊은 신뢰를 얻었다.
그의 조연 연기의 정점은 영화 <남산의 부장들>(2020)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극 중 박용각이라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며 시대적 배경과 권력 구조 속의 인간 군상을 치밀하게 묘사했다. 역사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있었을 법도 하지만, 그는 그 인물을 인간적으로 재해석하고, 관객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짧은 등장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그의 연기에 몰입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전체 영화의 긴장감도 함께 상승했다.
반면, 박해준의 주연작에서는 또 다른 차원의 연기를 만나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다. 이 작품에서 그는 복합적인 감정과 욕망을 가진 이태오 역을 맡아 충격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이태오는 이기적이고 때로는 무책임한 인물이지만, 동시에 외로움과 인정욕구, 애정 결핍을 지닌 인간적인 면도 있다. 박해준은 이러한 감정들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입체적으로 쌓아가며 인물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부부의 세계>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화제작을 넘어서, 박해준이라는 배우를 주연의 자리에 확실히 올려놓은 작품이 되었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태오라는 인물에 분노하면서도, 박해준의 연기력에는 감탄했다. 그는 비난받는 역할을 맡으면서도 시청자에게 인물을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고, 이는 고도의 감정 조절이 가능해야만 가능한 연기였다.
이어 등장한 <언더커버>(2021)는 박해준의 진정한 ‘중심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전직 국정원 요원이자 평범한 가장이라는 설정을 지닌 인물을 연기했다. 가족을 위해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남자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감정선의 깊이를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이 작품은 액션보다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였기 때문에, 배우의 감정 연기가 극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박해준은 이 역할을 통해 그가 단순한 감정 표현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 전체를 이끌 수 있는 ‘리더형 배우’임을 입증했다. 조연과 주연을 비교할 때, 박해준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연기의 ‘범위’와 ‘비중’이다. 조연 시절에는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의 몰입도를 이끌어내야 했기 때문에,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다. 반면 주연으로 나선 이후에는 감정을 누적시키고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연기를 보여주며, 서사를 장기적으로 이끌어가는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두 영역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점은, 박해준의 연기에는 ‘절제와 집중’이 있다는 사실이다. 박해준은 어떤 캐릭터든 무게를 실어 연기한다. 그것이 스크린 한 켠의 조연이든, 드라마 전체를 책임지는 주연이든 상관없이 그는 늘 인물의 삶을 고민하고 연기한다. 그래서 그의 연기를 보면 관객은 ‘저 인물은 저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실적이면서도 몰입감 있는 그의 연기는 어떤 자리에서도 빛을 낸다. 요약하자면, 박해준은 조연일 때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숨은 고수’였고, 주연이 된 이후에는 극의 흐름과 감정의 중심을 이끄는 ‘안정된 중심’으로 거듭났다.
조연으로 쌓아온 세밀한 연기력은 주연으로서의 넓은 감정선을 설계하는 데 그대로 적용되었으며, 이로 인해 그는 단순한 ‘성공한 조연’이 아닌 ‘완성형 주연’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의 연기 인생은 단순히 출연작 수로 평가될 수 없다. 각 배역마다 얼마나 깊이 몰입했는지, 그 인물의 감정을 어떻게 구성했는지를 보면 그가 얼마나 진지하게 연기에 접근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자세는 배우 박해준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든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